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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여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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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9-06-01 00:00 조회1,67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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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림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그림이란 작가가 어떤
주제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인 생각을 화폭에 옮겨 놓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작
가의 이런저런 여러 가지 생각들을 화폭에 그려 내는 것은 작가가 가지는 고유
의 권리이겠지요. 예전에는 꽉 차지 않은 그림을 보면서 작가가 성의가 부족하
다고 말도 되지 않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요. 그러나 요즈음에는 화폭을 꽉
채우지 않고 여백을 남겨둔 작가의 고민과 전하려는 메시지를 궁금해 하기도 한
답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 시험 시간에 어
떤 문제에 대한 답을 쓸 때에 정답을 확신하는 경우에는 매우 간결하게 답을 써
내려 가지만, 정답이 확실치 않을 때에는 이런 저런 답들을 답안지 가득히 적어
내려 갔었지요. 적당한 비교가 되지는 않겠지만 작가가 말하려는 의도가 화폭에
서 여백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남겨 놓아야 겠지요. 그림이란 모로지 화폭을 꽉
채워야 한다는 법칙은 없으니까 말이죠. 또 어느 의미에서는 여백이 있음으로
해서 작가가 말하려는 생각을 보다 완벽하게 전달할 수 있는 경우도 있으리라
는 생각입니다.
살아가는 데에도 삶의 여백은 필요하지 않을까요.
사람이 항상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예전의 어떤 광고 카피
처럼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라는 문구는 정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지를 간결히 나타내 주는 문구라는 생각입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기에 매일
반복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일주일을 지내면서 주말
이 있는 의미도 주말에는 일상 생활을 떠나서 여백을 가지라는 것이 아닌가 합
니다. 저는 여러 모임에 참여하면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재미있는 모
임이 있습니다. 모임 명칭이 칠인회라 합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일곱 명
이 모이는 모임입니다. 그런데 일곱 명이라는 인원으로는 모임 구성이 애매합니
다. 특히 골프같은 운동을 하려면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흥미진진한 모임입니
다. 이 모임은 한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모임 때 마다 일곱 명 중의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자신의 지인을 초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임시에는 항상 여덟
명이 됩니다. 서로를 잘 아는 일곱 사람들만 만난다면 즐거울 수는 있겠지요. 그
러나 그 즐거움에 더해, 매 번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가슴의 두근거림도 함께 느낄 수 있는 그런 모임입니다. 그래서 이 모임
은 항상 새롭습니다. 이렇게 이 모임에서도 한 사람 분의 여백으로 해서 더욱 활
기가 넘쳐나는 자리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제가 예전에 들었던 말이 있습니다. 신사는 완벽하게 옷을 갖추어 입지 않는다
고 합니다. 가령 위 아래로 옷을 잘 갖추어 입은 이후에 넥타이를 야간 비스듬
히 하여서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그 넥타이를 바로 잡아 주고 싶은 마음을 들도
록 한다는 것이지요. 우리들의 마음 곳간에도 다른 사람들을 받아 들일 수 있는
여유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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