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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기억 속의 소리를 다시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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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9-01-28 00:00 조회1,65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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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4일부터 구정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눈 다운 눈이 새벽부터 내렸습니다. 그래서 출근 전에 새벽에 남산으
로 가는 길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병원으로 출근하는 길은 너무나 미끄러워 차
들이 설설 기어들 갔지요. 토요일이라 점심에 퇴근하는데, 그 사이에 길의 눈은
많이 녹아 있었습니다. 퇴근후 예정되어 있던 원주 방향으로 가던 길은 톨게이
트 까지 가는데만 족히 한 시간 이상 소요되었습니다. 그러나 사흘 동안의 연휴
첫날이라 별로 조급할 것이 없었지요. 4 시간 만에 도착한 목적지에서 저녁 식
사후 스키장을 찾았습니다. 멀리서 보아도 눈의 상태가 정말 좋았지요. 스키어
들이 방향을 바꿀 때마다 스키장에 쌓여 있던 눈들은 포근하게 펄럭거렸습니
다. 그 눈들의 출렁거림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다음 날 새벽에 찾은 산책길은 전날에 내린 눈 때문에 편안하고 멋졌습니다. 미
끄럽지도 않았고, 눈에는 무수한 보석들이 햇빛을 받아서 반짝거리고 있어 발
로 밝고 가기 미안했습니다. 그런데 발로 눈을 밝는 순간 예전 어릴 때 들었던
뽀드득 하는 소리에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 얼마나 오랜 만에 들어 보았던 정겨
운 소리였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흔히 맛있는 음식을 대할 때 어머니 손맛이라
고 감탄사를 내 밷듯이, 그런 느낌의 소리였습니다.
점심때가 조금 지나서야 지인의 홍천 별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그 곳까지
가는 길은 눈내린 정겨운 시골 정취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도착
하니 여러 가족들이 모여서 만두를 빚으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지요. 여러 사
람들의 정성으로 만든 만두에 얼음이 둥둥 띄어진 동치미 국물은 입을 감동시켰
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와인 파티는 거실 가운데의 연탄불 앞에서 이루어졌고,
연탄불 위에서 구워지는 고기들은 주위 사람들의 젓가락 장단에 마파람의 게눈
감추듯 없어져 갔습니다. 그 동안 창밖에는 정말 펑펑 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
었습니다. 소화도 시킬겸 마당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
는 시간은 정말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닥불 앞에서 또
다시 정겨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나무들이 타면서 내는 여러 가지의 타
다닥하는 소리는 오늘 새벽의 눈을 밟으며 느꼈던 흥분의 도가니로 나를 다시
몰아갔습니다. 마치 모닥불 속에 있는 나무들도 우리들과의 대화에 끼어 들려
는 듯 타다닥 거리며 수다스럽게 자신들이 장작불 속의 나무가 되기까지의 사연
들을 풀어 놓았습니다.거기에다 서울 하늘에서는 보여 주지 않던 별들이 홍천
하늘로 다 몰려 와 있는 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별들이 귀를 쫑긋거리며 우
리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날 모임은 홍천 별장 집주인의 고등학교 친한 친구들 자리였는데, 아무
상관도 없는 내가 빈 몸으로 참여하여, 그 집에 있는 술이며, 고기며, 다른 음식
들, 심지어 좋은 장작까지도 아낌없이 즐거운 마음으로 대접하는 시골의 넉넉
한 인심을 확인하는 한없이 염치 없는 자리였습니다. 이번 연휴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좋은 사람들과 잊혀졌던 기억들을 다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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