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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괜찮은건지, 귀찮은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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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13-06-10 10:59 조회1,7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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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기억으로는 우리 집 큰 아이가 초등학교 일학년 때의 일입니다.
집사람이 들려준 큰 아이의 일기 제목이 괜찮은건지 귀찮은건지 라는 일기의 내용
입니다. 그 날 제가 매우 바쁜 날이었는데, 큰 아이가 다쳐서 얼굴에서 피가 나서
저에게로 왔었는데 큰 아이가 보기에는 아빠가 다른 환자들을 보느라 자신의 상태는
건성으로 대충대충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일기 내용에는 동생은 다치면
잘도 꼬매주던데, 자기는 괜찮다고 간단한 치료만 해주고 집으로 돌려 보낸 사실과
그 때 병원에 환자들이 많이 있었다는 것등을 기술하고는 정말 자신의 상태는 꼬매지
않아도 되었던 것인지 걱정반 아쉬움반에 그렇게 그 날 일기의 제목을 달아 놓았던
모양입니다. 그래도 초등학교 일학년 꼬맹이의 일기 제목으로는 너무나 깜찍하고, 그 일기의
당사자인 제가 접하기에는 좀 민망한 아니 뭔가 예리한 것에 정곡을 찔린듯한 타이틀입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가끔씩 기억이 나는 모양입니다.
둘째 아이는 사내 아이라 이 곳 저 곳 잘 다쳐서 가끔 팔에 기부스도 하고 있었고,
또 가끔씩은 저에게 와서 봉합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둘째에 비해 아빠가 자기는
좀 소홀히 대한다는 생각이 들었을 수 있습니다. 또한 환자들이 많아서 그렇게 서운한
생각을 가질 수 있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그 당시를 복기해 보면 제가
큰 아이에게 다친 상태와 치료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았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저의 의사 생활중의 지향하는 목표중의 하나가 설명을 잘 해주는 의사가 되는 것입니다.
사실 아프거나 다쳤을 때 사람들은 당연히 걱정이 많아지게 되고 그러면 궁금한 것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의사는 현재의 상태와 적절한 치료 방법 및 앞으로의 예후에 대해
가능한 모든 것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는 것이 당연한 직무일 것입니다.
중국에서는 한 가정에 한 자녀만 낳도록 법으로 규제를 하다 보니 모든 집마다 소황제
를 모시고 산다는 기사를 오래 전에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는 법으로
자녀 출산을 규제하지 않았어도 가정마다 많이 자녀를 두지 않다 보니 우리 나라도
자녀들을 모시고 사는 가정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때에는 다치고 깨지고 하면서
크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 일것입니다. 어릴 때에는 번잡스럽고 주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래서 어릴 때에는 다쳐서 병원을 많이 찾게 됩니다. 그런데 병원에 상처가 생겨서
오게 되면 모든 상처를 봉합해야 하는 줄 아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상처가 깊지 않을 때에는 봉합하지 않고 간단한 치료를 하는 것이 더 좋은 치료 방법이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집 큰 아이처럼 살짝 다친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들중,
혹시 저 의사가 귀찮아서 봉합하지 않는 것인지 오해하는 분들도 계십니다.
진료는 상황에 맞게 적당해야 합니다. 봉합이 필요치 않은 상처를 봉합한다면 그것은
과잉 진료일것입니다. 봉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는데 봉합을 하지 않는 의사는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자신이 하지 못하는 상황이면 다른 병원에라도 가서 봉합하기를
권할 것입니다. 적어도 귀찮아서 봉합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경우는 없을 것입니다.
의사를 찾아가실 때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를 찾으십시요. 찾아보면 그런 의사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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