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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빨래하면 생각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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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1-04-02 00:00 조회2,71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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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일전에 지방이라면서 어떤 중년의 어머니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지금부터 5년 전에 그 어머니의 아들이 우리 병원에서 겨드랑이 부위에서 냄새
가 심하여서 수술을 받았단다. 수술후 군대에 갔었고. 지금은 제대하고 직장 생
활을 하고 있단다. 수술 전에는 냄새 때문에 신경을 많이 써서 고민을 많이 하
였는데. 지금은 회사 일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이것 저것 여러 가지를 한단
다. 수술 전에는 냄새 때문에 운동하기를 그렇게 싫어했었다는데. 수술후 제대
하고 나서 어머니가 아들의 빨래를 해 줄 때에는. 아들의 옷에서 나던 냄새가
말끔히 없어져서 수술해준 의사가 생각이 났는데 5년이 지난 이제서야 고맙다
는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사람은 분명 칭찬을 먹고 살아가는 동물이리라. 이 전화를 받고 나니 찌뿌둥하
던 몸이 어찌나 가볍게 느껴지고. 환자들을 대하는데 어찌나 신이 나는지.
어떤 직업이나 그 속으로 들어가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리라. 사실 의사도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는 직업이다. 그 중에서도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
병원을 찾게 되는 성형외과는 그야말로 스트레스가 통째로 쌓이는 직업이다. 겉
으로 보기에는 번지르해 보이지만 성형외과 속으로 들어 오면 스트레스가 많이
생기는 직업이다. 물론 이 세상의 어느 일이 그만한 스트레스가 없느냐고 이야
기하면 나는 다른 분야는 잘 모르기 때문에 그 의견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세
상에 자기 자식에게는 좋은 것을 권한다. 그런데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의사가 되
는 것을 별로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가끔씩 환자들로 부터 고맙다는 이야기
를 들을 때에는. 정말 이 세상에 태어 나서 있으나마나 한 존재가 아니라 크게
이름은 날리지 못하였지만 나에게 치료를 받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
실이.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가지고 있는 조그마한 재주로 그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오늘 의사가 된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이런 생각에 미치게 되면 내가 의사가 되기 까지 많은 도움을 주신 부모님. 은
사님. 가족.친구들 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든다. 또한 우리 아이들이 의사가 되
는 것도 적극적인 반대에서 아이들이 적성에 맞는다면 나쁘지만도 않겠다하는
생각으로 바뀌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나는 가끔씩 이렇게 칭찬을 먹으며 힘을 내는데. 나는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고
맙다는 말에 너무 인색하지 않았나 반성해 본다.내가 나에게 도움을 주신 분들
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에 인색해서 우리 사회가 삭막해지고 살아가는 재미가
없어지지는 않았는지... 이 전화를 받으며 "내 탓이요"라는 구호가 머리 속에
가득차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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