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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 칼럼

강박 관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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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닥터 조 작성일09-02-16 00:00 조회2,8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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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영화 제목이나 배우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화에 대한 이
야기를 꺼낼 수도 없고, 다른 사람들과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갈 수도 없습
니다. 왜냐하면 적절한 시기에 머리 속에 맴도는 영화 제목이나 배우 이름을 끄
집어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가끔 예외는 있기 마련이지요.
오래 전에 보았던 영화중에 잭 니콜슨이 주연한 ‘이보다 더 좋을순 없다’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잭 니콜슨은 도보 블록의 경계를 밟지 않고 걸
어가려는 장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정신과적으로 이런 증세를 ‘강박장애’라 합니
다. 이런 강박장애에는 보통 세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는데, washing type이라
하여 끊임없이 손을 씻어야만 하는 증세를 말하며, checking type이라 하여 차
문을 잠갔는지, 아파트문은 잠갔는지, 집의 가스불은 껐는지 등등을 수도 없이
확인해야 하는 증세를 말하며, symmetry type이라 하여 어떤 물건이든지 좌우
대칭을 맞추어 놓아야만 하는 증세를 말합니다. 물론 어느 누구라도 정도의 차
이는 있겠지만 이런 증세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를 강박장애라 하지는
않겠지요. 다만 이런 증세로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되면 강박장애가 있
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도 나름대로의 이런 증세들이 있지요.
저는 매일 새벽에 운동을 하려 노력합니다. 운동후 목욕을 할 때, 온탕에 들어가
서 머리만 빼 놓고 땀을 흘리기 좋아하지요. 그런데 혼자서 탕 속에 있을 때에
는 땀이 어느 정도 나면 아무 생각없이 탕에서 나오는데, 혹시 탕에 다른 사람
이 있거나 나중에 탕 속에 들어오는 경우에는 괜한 경쟁심이 발동해서 탕 속에
서 더 오래 버티려 기를 쓰면서 제 몸을 뻘겋게 익히기도 하지요. 보다 오래 탕
속에 있었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뜨
거운 곳에서 더 오래 견딜 수 있다는 강박 관념 아니 괜한 호기이지요. 그런데
도 다른 사람보다 오래 있지 못하면 그 사람과 경쟁을 한 것도 아닌데, 혼자 마
음 속으로 시작한 게임에서 패자가 되어서 의기소침해 지기도 하지요. 또 4라
는 숫자가 되는 것이 싫어서, 탕 속에 네 명이 있게 되면 네 번째에 탕에서 나가
지 않으려 기를 쓰기도 하지요. 사실 몇 번째에 탕에서 나가는 것이 무슨 문제이
겠습니까? 저의 어줍잖은 죽을 4자를 피하려는 강박 관념 이지요. 또 제가 목욕
하는 곳에는 탕 속에 들어 가기 전에 몸에 있는 땀을 씻으라고 냉수만 나오는
샤워 부스가 따로 있는데, 특히 이런 겨울에 새벽 시간에는 사람들이 이 곳을
잘 이용하지 않지요. 그래서 밤새 그 부스는 말라있게 마련이지요. 이렇게 말라
있는 부스에 들어서면 제가 그 날 첫 번째로 그 부스를 사용함을 의미하지요. 이
런 날에는 마치 무슨 높은 산의 정상을 처음 정복한 것처럼 의기양양해 지기도
하지요.
이렇듯 아무 것도 아닌 일을 가지고 사람들은 특정 의미를- 메모지를 벽에 붙
여 놓듯이- 덕지덕지 붙여 놓지요. 저는 이런 강박 관념을 좀 더 완벽하게 살아
가려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들의 바둥거림이자,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는 다
른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려는 의지의 완곡한 표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일상 생활에 지장이 되지 않는다면 말입니다. 세상에는 많아서 넘쳐
나는 것보다는 오히려 조금 모자라는 것이 더 나은 경우가 많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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